대표님의 성장 일기
회사는 성장했는데 대표는 더 힘들어졌다. 실제 중소기업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이야기. 이건 우리 회사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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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대표님, 그 사람 연봉이 저보다 많다면서요?"
나는 서른여섯 살이다. 초등학생 딸 하나를 키우는 평범한 가장이고,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 화장품 유통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8년. 직원은 열다섯 명이 됐고, 매출은 90억을 넘겼다. 누가 봐도 회사는 잘되고 있었다. 적어도 얼마 전까지는 나도 그렇게 믿었다.
요즘은 출근길이 예전 같지 않다. 예전에는 오늘 얼마나 팔릴지, 어떤 광고를 돌릴지만 생각했다. 요즘은 다르다. 오늘은 또 누가 무슨 이야기를 꺼낼까. 그 생각부터 든다.
"대표님,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광고팀 김 팀장이 문을 닫고 들어왔다. 평소처럼 웃는 얼굴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에요?" 잠깐 망설이던 김 팀장이 입을 열었다. "저...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네." "물류팀 박 팀장이 저보다 연봉이 많다면서요?" 잠시 사무실이 조용해졌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어디서 들었는지는 묻지 않았다. 이미 직원들 사이에서 연봉이 조금씩 공유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김 팀장의 말이 사실이라는 게 문제였다.
박 팀장은 경력직으로 채용하면서 연봉을 높게 책정했다. 당시에는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김 팀장은 신입으로 입사해 팀장까지 올라왔다. 누가 더 중요한 사람인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둘 다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그런데 연봉은 달랐다. 이유는 있었다. 적어도 그때는.
"제가 일을 못해서 그런 건가요?" 김 팀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니었다. 오히려 김 팀장은 내가 가장 믿는 팀장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연봉이 왜 다른지 설명하지 못했다. 설명할 기준이 없었다.
퇴근 후 공동대표와 늦은 저녁을 먹었다. 서로 말없이 고기를 굽다가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김 팀장이 찾아왔어." 공동대표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연봉 얘기?" "...너도 들었어?" "박 팀장이 나한테 왔더라." 잠시 웃음이 나왔다. 웃긴 상황이 아니라,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제 시작인 것 같아." 공동대표가 맥주잔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무슨?" "이런 일."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직원이 다섯 명일 때는 쉬웠다. "이번에 200만 원 올려드릴게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렇게 끝이었다. 직원이 열다섯 명이 되자, 그 한마디로 끝나는 일이 없어졌다. 누가 얼마를 받는지. 누가 얼마나 올랐는지. 왜 누구는 더 받고 누구는 덜 받는지. 이제 직원들은 그 이유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더 답답한 건 회사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매출도 늘었다. 영업이익도 좋았다. 사람도 계속 뽑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대표인 나는 예전보다 자신이 없었다. 예전에는 결정을 내리는 게 어려웠다. 지금은 결정보다 설명하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
그날 밤, 집에서 노트북을 켰다. 연봉 파일을 열었다. 직원 이름 열다섯 개가 화면에 나란히 적혀 있었다. 그 옆에는 연봉이 있었다. 한 줄씩 내려보다가 문득 손이 멈췄다. 이건 연봉표가 아니었다. 지난 8년 동안 내가 그때그때 내렸던 결정들이 숫자로 남아 있는 기록이었다. 경력직이라 더 주고. 퇴사할 것 같아 붙잡으려고 올려주고. 오래 다녔다고 조금 더 올려주고. 잘해서 올려준 사람도 있었고, 딱히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도 있었다. 그때는 모두 맞는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결정들은 하나둘 나에게 의문으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무슨 기준으로 결정하실 건가요?' 노트북 화면을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회사는 커졌는데, 나는 아직도 직원 다섯 명일 때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퇴근길 메모 #1 회사가 커질수록 결정은 더 어려워질 줄 알았다. 그런데 진짜 어려운 건 결정이 아니라, 그 결정을 설명하는 일이었다.